책소개
비판적 문예학을 정초하기 위한 작업
≪아방가르드의 이론≫은 1974년 출간되자마자 당시 학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뷔르거는 이 책에서 당시 발표된 관련 문헌을 망라한다. 그는 이데올로기 비판의 전통에 서서 베냐민, 아도르노, 나아가 루카치, 브레히트 등 주요 사상가의 유물론적 미학과 예술학 및 문예학의 중요 쟁점을 포괄적이고 비판적으로 논의한다. 이를 통해 예술제도의 한계를 뚫고 나오려 했던 아방가르디스트들의 시도를 개념적으로 파악할 장치를 마련하려 한다. 역사적으로 제한된 타당성을 갖게 된 아방가르드 운동의 의미를 규명하는 이론적 작업은 그와 동시에 문학이론을 역사적으로 정초하려는 시도를 나타낸다.
역사적 아방가르드 운동 연구
일상에서 아방가르드는 시대마다 일어난 전위적인 예술 운동이나 작품을 지칭하는 양식을 뜻한다. 그러나 뷔르거는 아방가르드 운동 앞에 ‘역사적’이라는 형용사를 붙인다. 자신이 대상으로 삼는 아방가르드 운동을 일상적 용법과 구별 짓는 것이다. 아방가르드는 시민사회의 예술제도(자율성 상태)를 전면적으로 거부하며 삶과 예술을 새로운 차원에서 재통합하려는 의도를 갖고 출현했는데, 그 의도의 실현이 좌절한 뒤 역사적인 사건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역사적 아방가르드 운동은 미래파, 다다이즘, 초기 초현실주의, 나아가 러시아 아방가르드까지 포괄한다.
아방가르드 운동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무의미한 실험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중요한 인식적 가치를 갖는다. 그 운동을 통해 비로소 시민예술의 제도적 성격에 대한 인식과 비판이 가능하게 되었고 그에 따라 예술과 작품의 의미와 기능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열렸기 때문이다.
≪아방가르드의 이론≫에 덧붙여
이 책을 발표하고 24년이 지난 1998년, 뷔르거가 ≪미학사전(Encyclopedia of Aesthetics)≫에 쓴 ‘아방가르드’를 소개한다. 이 글에서는 미학 내재적 변혁이 아니라 실제의 삶을 바꾸려는 정치적·혁명적 기획으로서 아방가르드 운동의 전통을 19세기 역사로 더 거슬러 올라가 추적한다.
또한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옮긴이가 발표한 논문 <페터 뷔르거의 ≪아방가르드의 이론≫ 읽기>를 수정·보완해 함께 실었다. 이 글은 ≪아방가르드의 이론≫과 뷔르거의 사상을 깊이 있게 분석·평가한다.
200자평
오늘날 예술은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뷔르거는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아방가르드 운동을 이야기한다. 아방가르드 운동의 역사적 의미를 규명하는 ≪아방가르드의 이론≫에는 시민사회에서 형성되고 변천한 예술의 자율성, 예술과 학문의 자기비판, 작품 개념의 변화를 비롯하여 새로운 것, 우연성, 알레고리, 몽타주 등 모더니즘 예술과 문학의 여러 형식요소, 앙가주망의 다양한 관련 주제 등이 포함된다.
지은이
페터 뷔르거는 1936년에 태어나 1955∼1960년에 함부르크대학교와 뮌헨대학교에서 독문학과 프랑스문학 및 철학을 수학했고, 1960∼1964년에 프랑스에서 독일어 강사로 재직했다. 1970년 에를랑겐-뉘른베르크대학교에서 교수자격을 취득한 뒤 1971년부터 1998년에 은퇴할 때까지 브레멘대학교에서 문예학 및 미학이론 전공 교수로 재직했다. 은퇴한 뒤에도 연구 활동을 계속하며 최근에 사르트르에 관한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중심 연구 분야는 미학, 예술철학, 문예학이다. 구체적으로 아방가르드 운동 및 미적 현대, 프랑스 초현실주의, 관념론 미학 비판, 포스트모더니즘, 미술사 방법론 등 다양한 주제에 쏠려 있다. 국내에 ≪전위예술의 새로운 이해≫를 통해 처음 소개된 뷔르거는 지금까지 ≪미학 이론과 문예학 방법론≫, ≪지배자의 사유≫, ≪관념론 미학 비판≫이 번역되어 나왔다.
옮긴이
최성만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으며,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독어독문학을 전공했다.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독문학과 철학을 수학했으며, 1995년 발터 베냐민의 미메시스론에 대한 논문(<Mimesis und historische Erfahrung : Untersuchungen zur Mimesistheorie Walter Benjamins>)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저서로는 ≪표현인문학≫(공저, 2000)이 있으며, 역서로는 ≪예술의 사회학≫(공역, 1983), ≪전위예술의 새로운 이해≫(1986), ≪윤이상의 음악 세계≫(공역, 1991), ≪한 우정의 역사-발터 벤야민을 추억하며≫(2002) 등이 있고, 미메시스를 비롯해 독문학과 미학 관련 논문들이 다수 있다. 주요 관심 분야는 발터 베냐민, 테어도어 아도르노, 미학, 미메시스론, 매체이론, 문화연구 등이다. 현재 이화여대 독어독문학과 교수로 있다.
차례
머리말
서론: 비판적 문예학을 위한 예비적 고찰들
I. 아방가르드의 이론과 비판적 문예학
1. 미학적 카테고리들의 역사성
2. 시민사회에서 예술의 자기비판으로서의 아방가르드
3. 베냐민의 예술이론에 대한 논의
II. 시민사회에서 예술의 자율성 문제에 대하여
1. 연구상의 문제점들
2. 칸트와 실러의 미학에서 예술의 자율성
3. 아방가르드에 의한 예술 자율성의 부정
III. 아방가르드 예술작품
1. 작품 카테고리의 문제에 대하여
2. 새로운 것
3. 우연
4. 베냐민의 알레고리 개념
5. 몽타주
IV. 아방가르드와 앙가주망
1. 아도르노와 루카치의 논쟁
2. 부언-헤겔을 회고하며
제2판의 후기
참고문헌
아방가르드 / 페터 뷔르거
≪아방가르드의 이론≫ 읽기 / 최성만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비판적 학문이 전통적 학문과 다른 점은 그것이 자신의 활동이 갖는 사회적 의미를 성찰한다는 점이다. 이 점은 일정한 문제들을 던져주는데, 이 문제를 인식하는 것은 비판적 학문을 구성하는 데 중요하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개인적 동기와 사회적 중요성의 소박한 동일시, 오늘날 반권위주의적인 좌파에서 종종 볼 수 있는 그러한 동일시가 아니라 어떤 이론적 문제다. 무엇이 사회적으로 중요한지 규정하는 일은 해석자의 정치적 입지와 맞물려 있다. 이것은 한 대상이 중요한지 아닌지의 물음은 적대적 사회에서는 토론을 통해 결정될 수는 없지만 토론될 여지는 있다는 것을 뜻한다.
-5∼6쪽
아방가르드적 요구-내가 바로 이러한 아방가르드적 요구를 하고 있다고 린트너가 주장한 것은 부당하지 않다-를 학문에 그대로 넘겨주는 문제를 두고 보자면, 그 요구는 어떤 변형을 가하지 않고서는 상상할 수 없다. 문예학이 스스로 예술을 실생활로 옮기는 과제를 떠맡을 수는 없다. 그러나 문예학은 아방가르드 운동의 요구를 예술제도에 대한 비판의 형식으로 채용할 수는 있다. 시민사회에서 예술작품과 관계를 맺는 일 및 작품을 생산하는 일을 통제하는 유통형식들이 이데올로기적 성격을 띤다는 말이 옳다면, 이러한 유통형식들을 끈기 있게 변증법적으로 비판하는 일은 중요한 학문적 과제 가운데 하나다.
-259∼260쪽